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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눈

정당해산 2차 변론.. "진보당 해산 근거 없다",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 문제", 정부 측 참고인은 분단·냉전 논리만 되풀이

by 까칠한 도담파파 2014. 2. 19.

 

 

진보당 해산 사건 2차 변론기일이 18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이날 변론은 바로 전날인 17일 내란음모 조작사건 1심 판결이 나온 가운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진보당과 정부측의 참고인이 출석해 정당해산 심판제도와 진보당의 활동과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됐는지 여부에 대한 진술이 있었다.


정태호 교수 “대선에 국가기관 동원한 세력이 민주적 기본질서 말할 수 있나”

 

 

 

 

정당해산제도와 관련해 진보당 측 참고인인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재판정에 여러 차례 섰지만 오늘 만큼은 역사적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이번 사건은 진보당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진보당이 만약 해산되면 분단 등으로 인해 안 그래도 좁은 우리나라의 이념의 폭은 더욱 좁아들 것이다. 정치적 상상력의 폭도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양의 탈을 쓴 늑대를 잡겠다고 말하지만, 정당해산 제도를 확대하면 결국 입이 거친 양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밝혔다. 사회에 도전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급진 정당이나, 진보정당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또 정당해산이 청구된 배경을 언급하면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대선을 치러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한 세력들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말할 수 있냐”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정 교수는 정당해산심판 과정의 문제와 관련해 “결국 기본 노선, 반증자체가 어려운 이념적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결국 검증이 어렵다. 정당해산 심판은 단심이다. 형사재판 이상의 엄밀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정당해산 심판제도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가동이 신중해야 한다. 구체적 위험성이 판단 요건”이라고 밝혔다.

 

정부측 참고인 “진보당 통일방안 자세히 검토하진 않았다”

 

반면에 정부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정당해산심판이 정당의 목적 등을 살펴 사전예방적 성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당의 강령이나 당헌 등에 목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숨은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당원의 주요 활동 발언 등이 참고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정미 재판관은 “정당에 따라 이념이 다양하다. 이념만으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고 할 수 있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이념과 목적은 다르다. 헌법에 사상의 자유가 있지만 헌법에 반하는 사상까지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재판관이 “실현가능성이 없어도 그러하냐”고 묻자 “현시점에선 실현가능성이 없어도 상황은 바뀌기 마련”이라며 “남북 대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단논리를 또다시 주장에 활용했다.

 

김 교수는 또 연방제 통일 자체가 헌법질서에 위배되냐는 물음에 “북 제체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헌법 질서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보당 대리인단이 6.15 선언 자체가 상대방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고, 진보당의 통일 방안은 북의 주장과 다르다는 설명을 하자 김 교수는 “진보당 통일방안을 자세히 검토하진 않았다”고 발을 뺏다. 대리인단이 또 “김 교수가 진보당이 애국가와 국기를 인정하지 않아 헌법질서 위배라고 주장했는데, 어떤 근거냐”고 묻자 “언론을 통해 본 것”이라며 “만약 이라는 단서를 달아서 말 한 것 뿐”이라고 말하는 등 구체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정부측 참고인인 장영수 고려대 법과대학 교수도 “진보당도 강령이나 당헌만으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공개된 목적이면에 은폐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가 문제되는 것"이라며 김 교수와 참고인과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

 

 

 


정태호 교수 “독일은 공산당해산 판결 반성”

 

정 교수는 정부가 진보당 해산의 근거로 독일 공산당 판례를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 교수는 정당해산 제도와 관련한 독일의 반성을 소개해면서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다. 여기에 이 제도(정당해산제도)의 위험성이 숨어있다. 즉 정치권력의 획득을 둘러싼 경쟁을 위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정치과정의 개방성을 다름 아닌 이 자유 및 개방성을 부분적으로 잘라내면서 보호한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한 자살’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또 공산당 해산 판결 이후 독일의 분위기를 소개하며 “법에 의한 노골적인 정당 금지는 점차 냉전 시대와 이념시대의 유물로 폄하되고 있다. 일부 학자는 투쟁적 민주주의라는 용어도 함께 폐기할 것까지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의 인식변화는 정당해산의 실체적 요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독일 법조계의 문제의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정당해산제도를 다루는 우리에게 헌법보호수단으로서의 정당해산제도의 활용에 보다 신중을 기활 것은 물론 해산요건을 구체화할 때에도 1950년대 한국전쟁 발발 이후 격화된 동서냉전의 분위기에서 방공주의가 널리 퍼진 가운데 형성된 독일공산당 금지 판결의 법리를 직수입해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그대로 응용하는 것은 제고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런 정교수의 주장에 대해 법무부는 “독일 공산당이 해산된 건 1956년으로 독일이 분단된 상황이었다. 지금 우리도 분단된 상황이다. 독일이 1956년 판결을 재해석 하려는 시도가 나온 건 1990년 독일 통일로 적화의 위협이 사라진 때문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정 교수는 “해산 판결 직후부터 그런 고민이 나오기 시작했고, 통일이 이뤄지기 훨씬 전인 1960년대 중반 독일 공산당의 대체 정당이 설립됐다”며 정부 주장에 반박했다.

 

송기춘 교수 “정부 청구서 선입견과 악의 느껴져”

 

진보당측 참고인인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보당의 활동과 목적 등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송 교수는 민중주권주의가 국민주권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노동자·농민·어민·도시빈민·중소영세상공인의 정당이며 여성과 장애인, 청년과 학생, 양심적 지식인의 정당이다.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사람들, 사회적 불평퉁과 차별, 억압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정당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의사결정에서 이들의 의사와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도록 정당 활동을 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전체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것을 부인한다거나 청구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권세력의 주권을 완전히 빼앗아 모든 국민들이 주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민중만 주권을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편견이나 선입견 또는 악의를 가지고 보지 않는 한 피청구인의 목적을 북한 헌법 내용과 같다고 보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청구인도 이 점을 인식하여서인지 ‘북한 헌법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이란 주장 외에 아무런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피청구인 정당에 속한 다수 당원의 유죄판결은 근래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할 국가기관이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과거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만 지적하고 있으며 심지어 반국가활동 전력자률 기용함으로써 반국기활동을 재생산하려 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악의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청구인의 접근방식은 제1회 변론기일에서 법무부장관이 변론하면서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천안함 사건 등에 관한 동영상까지 튼 것에서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송 교수는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출했다. 송 교수는 “피신청인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없고, 가처분을 해야 할 긴급성이 없으며 정당활동 전반 또는 중요부분에 대한 정지를 구하는 것이어서 가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한 손해의 회복이 매우 어려워서 이익형량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기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 변론 기일은 3월11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때엔 정창현 국민대 교양과정학부 교수(진보당측)와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정부측)이 진보당 강령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 여부에 대해 진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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