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을 투기자본에 넘기지 말고 해고노동자의 복직에 힘써야 한다
바른말을 했다고 공장에서, 학원에서, 거리에서 사람을 잡아가던 암울한 시대가 있었다. 어두운 시대가 과거의 일이 된 것은 그냥 시간이 흘러서가 아니다.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한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그 시대를 과거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어두운 시대의 그림자는 지금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 다수가 침묵하고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순간에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낸 김진숙은 보복으로 일터에서 쫓겨났다. 김진숙의 해고가 35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는 한, 우리는 민주주의의 완성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김진숙이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다. 김진숙은 복직을 위해 몸속의 암세포와도 싸우고, 국가폭력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국가와도 싸우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탄압하는 대기업과도 싸우고 있다. 35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몸뚱이 하나로 버티며 모든 부정한 것에 맞서 싸우고 있다. 서울을 향해 걷는 걸음 하나하나에 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김진숙은 웃으면서 싸우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내 책임도 아니고, 내 알 바도 아니라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어두운 시대를 만든 장본인은 군사독재였지만 그 혜택을 가장 많이 입은 것은 성장하던 재벌·대기업이다. 국가가 만든 노동통제 덕분에 이룬 자본축적은 이 나라 재벌·대기벌이 감출 수도 씻을 수도 없는 과거다. 그런 기업이 해고노동자의 명예회복을 끝내 거부하는 것은 공장의 시계가 35년 전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더는 권력과 유착하고 덕을 보는 관계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김진숙의 출근을 막지 마라. 한진중공업은 김진숙이 복직에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며 도망가지 말라.
산업은행은 제3자가 아니다. 산업은행의 존재 이유는 돈장사가 아니다. 기업에 자금을 대지 못해 안달인 은행은 차고 넘친다. 산업은행의 역할은 건실한 기업의 버팀대이다. 그러나 현실의 산업은행은 부정한 기업에는 너그럽고, 작은 기업과 힘없는 노동자에게는 가혹한 존재일 뿐이다. 쌍용자동차가 힘들어진 책임이 산업은행에도 큰 데, 반성은 없이 노동자 협박으로 가진 힘을 과시한 이동걸 회장의 발언은 한진중공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에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산업은행과 자본의 눈에 노동자는 여전히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지 배려와 협력의 대상이 아니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을 부동산투기자본에 넘기지 말라는 부산의 외침을 무시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해외 투기자본에 우리 기업을 넘기지 말라는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 조선총독부가 식민지의 자원과 산업을 수탈하기 위해 세운 조선식산은행의 후예답다는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조만간 김진숙 동지가 경기도에 들어선다. 열흘 뒤에는 서울 청와대에 도달한다. 김진숙의 발걸음이 닿는 그 순간이 환호의 시간이 될지, 아니면 분노의 시간이 될지 한진중공업 사측과 산업은행이 결심해야 한다. 해고에 시효가 없다면 복직에도 시한은 없다. 한진중공업 사장과 산업은행 회장은 들어라. 노동조합은 김진숙이 공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줄기차게 싸울 것이다.
2021년 1월 27일 김진숙의 복직을 위해 함께하는 광주지역 노동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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