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현실에 과감히 맞서 시민으로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여성들이 생존권과 시민권의 상징으로서 빵과 장미를 요구했던 그 날로부터 113년이 흘렀다.
하지만 2021년, 여성들의 삶은 더욱 가혹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K방역의 최전선에는 여성노동자들이 앞장섰고, 필수노동이라고 부르는 영역에는 여성들이 동원되고 위험을 감수하는 불안한 노동을 도맡아 왔다. 그러나 그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가난하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산재승인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속한 직업은 요양보호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콜센터 상담원이 가장 많았다. 모두 여성들이 밀집된 일자리다.
2021년 1월 여성고용률이 50.6%에서 47.7%로 하락했다. 작년 대비 무려 59만7천명의 여성이 일자리를 잃었다. 전체 실업률의 60%가 여성이다.
최저임금과 고용불안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더 위험하고 더 값싸고 불안한 일자리로 밀려나고 있다. 다수의 여성들이 일하던 중소영세 제조업, 관광서비스, 학교 방과후를 비롯한 일자리는 사라지거나 잠정적인 실업을 맞고 있다.
학교가 닫히고 공적돌봄이 약화되면서 가정 내 돌봄 부담으로 여성들은 퇴직을 선택해야 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이 선택을 자발적 선택이라 말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일자리, 감소된 소득, 개별 가정으로 떠넘겨진 돌봄과 가사노동 부담에 대한 정책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간절하게 요구했던 한 가지. 코로나 시기만이라도 모든 해고를 금지하라는 우리의 요구는 무시당했고, 해고를 당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투쟁이 대기업에서 학교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터에서 발생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은 여성노동자를 또 다른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다.
“코로나로 누구나 힘들다”고 “모두 힘드니 조금만 더 참고 이겨 내자”는 것은, 이 사회가 여성을 동원하고 희생시키면서 만들어낸 착취의 논리에 불과하기에 우리는 투쟁한다.
우리는 지금을 전환의 시기로 만들 것이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던 여성의 노동을 필수노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우리로 인해 이 세계가 유지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더 이상 여성의 노동으로 버텨온 K방역과 안전한 사회는 가능하지 않다고 밝히는 바이다. 이제야 드러난 여성노동의 가치를 이제라도 제대로 인정받는 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113년 전 선배여성들이 외쳤던 여성의 권리를 찾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재난이 우리가 속한 일터를 넘어 민족과 인종. 국경을 넘어선 모든 여성노동자의 문제임을 밝힌다.
재난을 넘어서는 효과적인 방역은 연대이다. 여성노동자들의 연대를 통해 우리의 일터와 사회를 성평등으로 한걸음 더 나아감으로 113주년 세계여성의 날 정신을 계승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빵과 장미. 참정권과 임금을 말하던 존엄과 생존의 요구를 2021년 다음과 같이 밝히는 바이다.
- 여성에게 전가된 독박돌봄을 중단할 것이다. 공적돌봄 확대하고 돌봄사회로 전면 전환하라.
- 여성만을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던 일자리의 고용관행 중단하고 정규직화 실시하라.
- K방역은 사기다. 코로나 전담병원의 인력 대책 마련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하라.
- 청년여성이 위험하다. 청년여성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라.
2021년 3월 8일,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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