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실을 감추기 위한 수사였음이 명백해진 경찰의 부실수사에 분노한다. 우리는 시민들의 안위와 정의가 아니라 기득권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카르텔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난 현 정부와 민주당의 위선, 광주시의 무책임 행정을 규탄한다.
두 달이 넘는 경찰 수사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세월호 정부, 촛불 정부임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당신들의 귀에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는 유족의 절박한 외침이 들리고 있기는 한 것인가?
1. 현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특별수사본부에 준하는 새로운 수사팀 설치하라.
참사 초기 경찰은 대통령의 지시임을 강조하며, 철저 수사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경찰 수사의 결과는 어떤가? 경찰은 적극적으로 철거 공사를 공모하고, 참사 당일 살수 작업을 지시한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았다. 경찰은 재하도급 업체 사장 등 소위 깃털 몇몇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며 사고의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했다. 철거 공사 진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공모한 책임자들과 불법적인 재하도급에 대한 감시 감독을 소홀히 한 현대산업개발에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물어야 한다. 여러 정황이 있음에도 강력한 처벌을 위한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경찰이 힘없는 시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힘 있는 자본에 굴복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사는 어떤가? 사고를 야기하는 근본 원인인 재개발조합 비리와 불법 카르텔에 대한 수사는 두 달이 넘도록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지금 경찰의 수사 의지라면 기껏해야 만만한 동네 깡패 하나 잡아넣고,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유족들에게조차 수사 상황에 대한 소통은 거의 없었다. 불법적인 자금 추적의 결과는 아직도 나오고 있지 않다. 적색수배까지 내렸다는 문홍식은 여전히 이국의 어느 땅을 활보하고 있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문흥식을 안 잡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우리는 현 수사본부의 수사 의지와 능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경찰은 사건 덮기와 축소에만 여념 업는 현재의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특별수사본부에 준하는 새로운 수사팀을 설치해, 학동 참사의 책임자와 학동 재개발조합을 중심으로 한 불법적 카르텔의 비리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라!
2.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유족에 대한 지원 대책위를 새롭게 구성하여, 사건의 진실 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하고, 참사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라!
참사 이후 철저한 수사와 유족들에 대한 지원과 대책 마련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와 광주시에 묻는다. 그 약속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광주시는 유족과 시민들의 공분을 샀던 부검에 대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일 수 없는 약속을 이행한 것 말고 유족을 위해 한 것이 없다. 동구청은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전달받은 장례 및 49재 비용을 유가족에게 단순 전달하는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
광주시와 동구청은 현대산업개발에 맞서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싸우겠다며, 법적 대응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하는 유족 측의 부탁을 자신들이 소개한 법조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진솔한 사과 한번 없이 유족들에게 몇 푼 더 얹어줄 테니 합의하자는 도발을 해 올 때, 유족들이 이미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 놓고, 더 받아내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거짓을 유포할 때, 유족을 위한 어떤 방어도 하지 않았다.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유족들이 모여 추모할 수 있는 작은 공간 하나만 마련해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을 외면했다. 이들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다가 8월 14일, 그나마 형식적으로 존재했던 지원팀마저 해산해 버렸다. 여기에서 단 하나라도 시민을 위한 행정을 발견할 수 있는가? 경찰 수사가 진실 덮기로 흘러가고 있을 때,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는 시간이 지나 사건이 잊히기를 기다릴 뿐, 어떤 적극적인 역할도 하지 않았다. 이는 ‘그래도 문재인 정부는 다를 거라며, 민주당 정권은 다를 거라며 믿고 견뎌온 유족에 대한 조롱이고 배신이다.
민주당에 묻는다.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약속은 어디에 있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이 참담한 사고 앞에서도 원청의 책임을 묻는 법안 하나, 사회적 참사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법안 하나 제대로 개정하지 못하면서 재발방지대책을 세웠다고 말할 수 없다. 사건의 몸통인 현대산업개발에 면죄부를 주고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치지 못하는 경찰을 질타하지 못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민을 위한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민주당은 지금 당장 꼬리 자르기로 흘러가고 있는 수사와 재판을 바로잡고, 돈으로 유족들을 조롱하는 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는 행동에 나서라!
3. 광주의 시민들은 학동 참사의 유족들과 함께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광주의 시민들은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선 학동 참사 유족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오늘 이 자리는 학동 참사의 진실을 덮고, 아무 일 없듯이 넘어가려고 하는 기득권에 맞선 광주시민과 유족들의 본격적인 연대가 시작되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유족들과 함께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경찰과 문재인 정부, 광주시와 민주당은 대충 학동 참사의 진실을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하지 말라. 진실을 감추는 부실수사를 바로잡고,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길에 지금 당장 나서라!
둘째, 문재인 정부와 광주시, 민주당은 유족들이 그만해도 된다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유족과 함께할 지원대책팀을 새롭게 구성하라!
셋째, 광주시는 참사의 몸통임에도 불구하고 진실한 사과 없이 돈으로 유족과 부상자들을 조롱하고 흔들어대는 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을 박탈하고 유족을 위한 추모의 공간을 조성하라!
2021년 8월 27일
학동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는 광주시민사회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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