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 30년을 일 했는데 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 주인이 바뀔 때마다 불안한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수 많은 동료들의 해고를 보며 참고 아파하며 버텨 왔는데 또다시 보낼 수는 없다. 벌써 네 번째.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다.
얼마나 더 알면서도 속아야 하는가.
멕시코 공장으로 잘 나가는 냉장고를 빼돌릴 때 절대로 구조조정은 없을 거라며 약속했던 30개월 임금보장은 어디갔는가. 세탁기를 태국으로 보낼 때 제시한 회사의 미래는 어디갔는가. 생산라인 대신에 거대한 물류창고를 지으며 이윤을 내겠다는 장담은 어디에서 떠돌고 있는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우리 앞에서 정리해고로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너무 뻔한 거짓말을 오랫동안 인정해왔다.
사기다. 절반의 노동자를 짜르고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폭력이다. 손때 묻은 내 작업장을 비워두고 나가라고 하는 것은.
협박이다. 자진퇴사 하지 않으면 4개월 임금도 못 받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잔혹한 범죄 교사다. 동료의 등을 떠밀게 하고 외면하게 하는 것은.
우리는 한 식구다. 한 솥밥을 2-30년을 먹었다. 함께 일하고 함께 땀을 흘렸다. 후배가 칩을 조립하면 선배언니가 검사를 했다. 형님은 콤프레셔를 달고 동생은 문짝을 달았다. 앞 라인에서 모터를 달면 고향후배가 뚜껑을 달았다. 신제품이 나오면 얼마나 잘 팔릴 제품인지 아닌지, 설계가 어떻다든지 옥신각신 하기도 했다. 식사시간이면 달리기 시합을 하고 월급날이면 잔업수당 키재기를 했다. 눈이 많이 내리면 출근 걱정, 비가 많이 오면 창고 걱정을 하며 회사에서 만났다. 위로도 격려도 함께한 우리는 한 식구이다.
식구를 반토막 내는 해고에 동의할 수 없다. 돈 되는 데만 눈이 뻘건 대유그룹의 횡포에 우리식구들을 팽개쳐 둘 수 없다. 회사가 보낸 문자 한 통으로 우리가 갈라질 수 없다. 회사의 경계선을 두고 설령 신분이 구분이 된다고한들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회사의 정리해고 통보에 우리는 가진 것 없는 노동자인 것을 다시 확인했다. 전동 드라이버하나 망치하나 들고 갈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일했던 작업장 한 평도 내 것이 아니다.
잃을 것이 없는 싸움이다. 해고하겠다고 덤벼드는 회사에 일자리를 빼앗겠다는 화사앞에서 투쟁 외에 방법은 없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나가라면 나가는 우리가 아니다. 노동자로 살면서 배운 것은 투쟁하는 사람만이 존중받는다는 것이다. 끝까지 투쟁해서 정리해고 박살 내자.
2023년 6월 12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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