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와 교육부 및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간 2024년 집단임금교섭이 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 결정되었다. 연대회의는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올해 교섭을 시작했다. 인상 액수에만 집중하고 발전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는 관행적인 교섭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요구안 전문에서부터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직무가치 존중, 성별 임금격차 해소가 이번 교섭의 방향임을 명시하고, 공공부문의 모범적 노사관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실제 노조는 교섭 자리에서도, 조정회의에서도 이와 같은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사측이 올해 교섭의 방향에 대한 고민과 학교비정규직의 노동가치에 대한 존중이 담긴 검토안을 가져온다면, 노조의 요구만 고집하지 않고 교섭을 타결할 수 있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은 “임금협약에 전문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한 치의 고민도 읽을 수 없는 수준의 발언만 일삼으며, 과거보다 더욱 더 방어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로 노조를 대하고 있다. 조정에서조차도 노조의 수정안만을 요구하며 아무런 안도 가져오지 않았다. 작년 수준의 인상액으로 교섭을 마무리할 방법을 찾는 데에만 몰두할 뿐, 학교비정규직의 역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어느 정도일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사용자의 책무는 안중에도 없다.
일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노동에 온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일의 첫 시작이자, 노동자가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사측은 여전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을 고집하고, 비정규직 임금 차별의 대표 항목인 근속수당은 지난 2년간의 동결에도 불구하고 고작 1천 원 인상안을 내놓았다. 학교비정규직의 직무가치 인정을 위해 직무보조비와 정근수당을 신설하자는 요구에는 그럴듯한 명분도 내놓지 않고 수당 신설은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모든 항목에 대해 매년 반복되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만 내놓고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연대회의는 지난 10월 25일 종료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 투표 결과는 조합원들의 강한 투쟁 의지이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현장의 외침이다. 물가폭등으로 명절에 시금치 한 단이 12,000원이라는데, 사측은 명절휴가비는 차별없이 지급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무시하고 명절휴가비 고작 10만원 인상안을 던지듯 내놓았다. 급식실은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 폐암산재 위험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데, 사측은 급식실 조리종사자 처우개선 대책에 대해서는 몇 달째 검토 중이라는 대답 뿐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교섭을 빠르게 타결 국면으로 전환하려면 교육감들의 결단과 책임이 필요하다. 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권한 없는 관료들 뒤에 숨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하다며 지지부진하게 논의를 끌어가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연대회의의 인내와 대화 노력도 한계를 맞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연대회의는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투쟁할 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그 전에, 연대회의를 총파업으로 내몬 것은 교육감들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길 바란다. 차기 교섭에서는 사측이 타결 가능한 안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이후에서도 지금과 같이 아무 고민 없는 태도로 교섭에 임한다면 연대회의는 전국적으로 총력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투쟁은 노사관계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갈 것이며, 사측의 무책임함을 부각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사측이 적선하듯 던지는 인상액을 받아서 교섭을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제껏 타결을 위해 보인 연대회의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남은 건 투쟁뿐이다.
2024년 10월 28일, 광주지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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