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의원단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삭발도 했다. 의원단은 6일 오전 국회본청 앞에서 열린 민주수호 통합진보당 사수 결의대회에서 “국민과 함께 사생결단의 각오로 민주주의를 사수하고 친일독재와 유신독재 부활을 막아낼 것”이라고 굳게 다짐하면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의결, 헌재에 청구해 정당해산 움직임을 본격화해서다. 진보당은 이를 박근혜 정부가 긴급조치 10호 발동해 유신독재를 부활한 것으로 규정, 강력한 투쟁에 나섰다. 이에 의원단은 무기한 단식농성으로 투쟁의 선두에 섰다.
이날 오병원 원내대표와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 김미희·김재연·이상규 의원은 국회본청 앞에 굳은 얼굴로 섰다. 그리고 김승교·민병렬·유선희·이정희·정희성·최형권 최고위원이 그 곁을 지켰다. 보좌관들도 ‘민주주의 수호’, ‘진보당 탄압 분쇄’ 등의 피켓을 들고 의원단 뒤에 섰다. 전국에서 모인 200여 당원들도 계단 아래 줄지어 앉아 조용히 함께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쳤던 선배 열사들에 묵상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의원단은 삭발식에 앞서 결의발언을 통해 민주노동당에 이어 진보당의 14년은 노동자, 농어민, 서민이 주인으로 대접받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이었음을 상기하면서 반드시 민주주의와 진보당을 사수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졌다.
오 원내대표는 “구시대의 악습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유신독재가 어제 다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이라는 망령으로 되살아났다.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남기준 속칭 올드보이들이 전국민을 상대로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오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에 이어 통합진보당의 14년 역사는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다. 진보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역사적 쾌거를 이뤘고 의석수는 적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일구는 진보정당으로서 찬사와 박수를 받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고 회상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국민들에게 아픔을 드렸던 점, 저희들의 불찰임을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국민 앞에서 자세를 낮췄다.
이어 오 원내대표는 “유신독재 망령이 부활하고 민생이 파탄나고 남과 북의 화해 협력이 가로막힌 현실, 해방 후 지금까지 80년 5월 항쟁, 87년 6월 항쟁, 87년 노동자대투쟁 등 민중의 투쟁 속에서 성장한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수구보수세력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린다”며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야 승리할 수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세력을 국회에서 박멸할 때까지 싸우겠다. 함께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오 원내대표는 “민주수호의 자랑스러운 투혼은 오늘을 사는 우리뿐 아니라 우리 후손들에게 영광되고 번영된 민주 대한민국, 통일한국을 물려주는 그 길에 서 있음을 말씀드린다”며 “국민의 지지와 성원 속에 최선을 다해 민주주의 수호에 길에 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민과 함께 승리하는 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대표는 “어제 박근혜 정권은 총성 없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는 3.1자주독립 운동, 4.19 민주혁명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김 부대표는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동학농민운동과 3.1자주독립운동, 4.19 민주혁명 정신을 계승하고 6월 민주항쟁 주체들이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라며 “이런 통합진보당의 강령을 헌법 위반이라고 어거지 부리며 헌정을 유린하고 있다. 이는 야당탄압이며, 진보정당을 말살하려는 기도로 이어지는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들이 저지른 지난 대선 관권부정선거를 은폐하고 물타기하려는 정치 공작”이고 “친일 독재의 후예인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본질을 국민 앞에 폭로해 온 통합진보당에 대한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고 규탄했다.
김 부대표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역사의 퇴보로, 역사의 반동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민족의 자주권을 열망하는 우리 민족의 여망을 저버리고 전시작전지휘권 반환을 연기하고 민주주의와 민중 생존권을 열망하는 서민바람을 배신하여 경제민주화와 서민복지 공약을 파기하고 있다. 진보당이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6.15, 10.4공동선언을 부정하는, 역사의 퇴보, 역사의 반동을 저지르고 있다”며 “해산돼야 할 것은 진보당이 아니라 새누리당, 국정원, 유신독재 잔당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대표는 “통합진보당은 그 어떤 고난과 어려움과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고 용기 있게 전진할 것”이라며 “이 시각부터 최후의 일각, 최후의 일인까지, 국민과 함께 승리의 그날까지 우리의 모든 신명을 다 바쳐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규 의원은 투쟁결의문 낭독에 앞서 “홍성규 대변인이 화성 보궐선거에 출마해 8%를 득표했다. 내란음모 정당으로 낙인찍힌 진보당의 후보가 가장 높은 득표율이 나온 투표소에선 33%까지 얻어 국정원의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이런 정당을 두고 장기집권을 할 수 없어 탄압하는 것”이라며 “진보당은 민중 속에서,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진보당에 대한 해산청구는 국정원과 국군까지 동원한 총체적 부정선거를 뒤엎으려는 치졸한 사기극이다. 또 지난 대선에서 이정희 대표가 친일파 다까키마사오를 전 국민 앞에 폭로한 데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저열한 복수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말대로 하면 이 땅에서 노동자 민중을 위해 일을 하는 모든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은 해산당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무원노조에 대한 검찰수사, 진보당 해산청구는 진보개혁세력의 씨를 애초부터 없애버리려는 수구 보수세력의 준동”이라며 “진보당은 고개 숙여 함께 싸우자고 감히 요청 드린다. 지난 기간 있었던 오해와 어려움 진보당이 더 낮은 자세로 다가가고, 우리 의원단과 당원들이 더 앞장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의 친일독재 부활, 유신독재 시대를 맞아 진보당은 생명을 걸고 싸우겠다”며 “국민여러분이 심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5인의 의원은 의자에 앉아 삭발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당원들의 눈가에는 이슬이 어리기도 했다.
삭발을 마친 김미희 의원은 “통합진보당이 원하는 세상은 모두가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세상, 일하는 사람들이 일한만큼 충분히 대가를 받는 세상, 남북이 평화 통일을 원하는 것,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고 주권을 당당히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마음속으로 지지해 주고 있다. 그래서 국민을 믿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삭발과 단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국가기관이 나서 불법 부정선거를 한 진상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민에 용서를 받고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해 나가길 빈다”며 “국민 여러분이 함께 박근혜 정권의 잘못을 꾸짖어주고 민주주의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김재연 의원도 “유신독재 박근혜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함께 싸워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의원단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짧고 굵게 다짐을 밝혔다.
결의대회를 마친 의원단은 국회 본청 계단을 올라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오 의원은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더 낮게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결의대회 사회를 본 홍성규 대변인은 기자들을 향해 “시대의 증인이 돼 달라. 땅바닥에 떨어진 민주주의가 새롭게 싹이 돋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결의대회를 마친 최고위원들과 당원들은 새누리당사 앞으로 이동, 정당연설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새누리당사를 향해 “독재타도! 민주쟁취!”를 연호했다. 이어 “총체적 부정선거 새누리당 해체하라”, “진보당 해산 폭거 박근혜 정권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쳤다.
김승교 최고위원은 “14년 동안 아무 문제없던 통합진보당 강령을 문제 삼고 있다. 일부 언론이 강령 전문을 올려놓으니 국민들은 대단히 훌륭한 강령 있었느냐고 놀라고 있다. 제발 통합진보당의 강령 꼭 한 번 읽어봐 달라. 정말 위헌 정당의 강령인지 판단해 달라”며 “진보당 해산청구는 야권을 분열하고 겁줘서 이 나라를 박정희 시대, 유신시대로 돌리려는 서곡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에 정신 차리라고 촉구하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은 정국을 전환하기 위해 진보당 해산 여론을 돌리려 하고 있다. 설사 해산되지 않아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판단할 거다. 그러나 오산이다. 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규탄과 분노는 커져갈 것”이라며 “우리 진보당 지금까지 그래왔듯 노동자, 농어민, 서민을 위해 더 열심히 싸우겠다. 그 길이 진보당 해산청구를 막아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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