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주당은 노조법 개악을 즉각 철회하라
여당 당사에 울려 퍼진 총선승리의 함성이 가시기도 전에 문재인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로 노조법 개악안을 국회에 보냈다. 노동자의 반발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법안이, 20대 국회와 함께 생명을 다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좀비처럼 죽은 법안을 되살렸다. 이제는 ‘ILO핵심협약비준과 연동하겠다’, ‘연내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이야기를 흘린다.
전태일 열사의 죽음 50주년이 되는 해에 집권당과 청와대가 이 땅 노동자에게 주는 선물이 기껏 노조법 개악이라니 한심한 일이다. 정부의 개정안은 명백한 개악 법안이다.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금속노조와 같은 초기업단위 산별노조의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시계는 진작에 21세기로 넘어왔는데 한국의 노사문화는 20세기 기업별 노조에 여전히 묶여 있다. 이제는 법까지 바꿔서 기업별 노사문화와 관행을 강화하려고 한다. 한계에 도달한 낡은 노동법을 새롭게 혁신하지는 못할망정 뒤로 돌리는 것이 노동을 존중하는 정부의 과제일 수 없다.
정부와 언론이 마치 대단한 전진인 것처럼 떠드는 실직자와 해고자 노조가입 허용도 이미 민주노총 조합원의 87%가 초기업단위 노조 소속인 상황에서 의미가 없다. 현안인 전교조의 합법화는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대법원에서 해결이 났다. 남은 것은 모두 개악이다. 단협 유효기간 3년 연장은 교섭권을 위축한다. 사실상 공장 안에서 쟁의를 하지 말라는 것은 쟁의권을 부정한다. 사업장 출입제한처럼 산별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조항도 있다. 여기에 자본과 권력의 노조파괴 수단이 된 교섭창구단일화 같은 독소조항은 하나도 손대지 않았다.
왜 이런 개악안을 들고나왔느냐 따져 물으니, 정부는 ILO핵심협약을 국회에서 비준하려면 자본가단체를 달래 줄 선물이 필요하다고 변명한다. ILO핵심협약을 읽어나보고 하는 소리인가. 단결권을 제한 없이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약속이 ILO 협약 87호와 98호다. 정부는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기 위해 노조법의 자유를 제한해야겠다는 뜻 모를 이야기를 부끄러움도 없이 내뱉고 있다.
대한민국이 ILO에 가입한 것이 1991년, OECD에 들어간 것이 1996년이다. 한국 같은 선진국이 30년 동안이나 ILO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노동에 대한 국가통제를 서슴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했던 과거사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아무런 조건 없이 ILO핵심협약을 비준하라. 그것이 이 나라 헌법의 기본정신이다.
지난 16일 금속노조와 금속사용자협의회는 자율교섭을 통해 산별노조의 현장활동, 쟁의권보장을 합의했다. 노사 모두가 정부의 입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정치가 노사관계의 걸림돌이다. 민주노총은 10만의 서명으로 국회에 전태일 3법을 발의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시민이 수행하고 있다. 정치가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다.
청와대와 집권 민주당에 분명히 말한다. 모든 노동개악법안을 철회하라. 전태일 3법을 즉각 처리하라. 집권당의 역할은 보호받아야 함에도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보호에 나서는 것이다. ILO협약은 정권의 업적이 아니라 민주국가의 소명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ILO핵심협약을 즉각 비준하라.
2020년 9월 2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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