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2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고 장덕준 군이 쓰러진 지 7개월이 지나고 있다. 아들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는다.
근로복지공단의 과로사판정전까지 쿠팡은 과로사를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 산재판정이 났지만, 이후 쿠팡의 태도는 유족들을 더욱 분노케 한다. 언론에는 이런저런 보도 자료를 내면서도 유족에게 진심어린 사과조차 없다.
국회 산재청문회를 앞두고 그들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은 지금도 물류센터에서 야간노동을 하고 있는 덕준이의 친구들에게는 일말의 도움이 되지 않는 변명 같은 이야기뿐이었다. 산재청문회를 앞두고 유족과의 접촉을 시도하며 물타기를 시도하더니 산재청문회가 끝나고 나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유족에게는 진심어린 사과도, 재발방지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다.
가족을 잃은 유족이 슬퍼할 시간 쿠팡은 미국 증시에 상장하고, 경총에 가입하고, 사업확장을 발표하며 축제를 벌였다.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며 홍보하고 있다.
유족들에겐 후회와 원망의 시간이었다. 밤에 일 하는 게 그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쿠팡 물류센터 일이 그렇게 사람 잡는 일인 줄 알았다면, 그때 말렸어야 한다는 후회가 밤마다 계속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곳에서 일하는 ‘덕준이 친구들은 지켜야지’ 하는 심정으로 멈추지 않고 싸워왔다.
과로사 대책위와 유족은 쿠팡이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5월 13일 대구를 출발해 전국 쿠팡 물류센터를 방문하고, 서울 본사 앞으로 가는 이번 투쟁은 그 시작일 뿐이다.
쿠팡에게 요구한다.
쿠팡은 즉시 유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용직 중심의 고용을 정규직 중심으로 바꾸고, 야간노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야간노동 시에도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쉴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야한다. 일터에 냉난방 시설을 갖춰 노동자들이 추위와 더위에서 최소한 자신을 보호하며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에도 촉구한다.
일용직 중심의 고용구조, 제대로 된 휴게 시간도, 휴게시설도 없이 야간노동으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기업이 성장만 한들 무슨 소용인가? 정부는 쿠팡이 만들어 내는 질 낮은 일자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쿠팡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법을 우회하는 쿠팡의 사업 확장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규제하고 관리 감독해야 한다.
2021년 5월 25일, 故 장덕준 유족 전국 순회 투쟁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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